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해해 주고 싶다가도 속이 터지는 순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제 경우에는
평소에는 공도 잘 차고 웃으며 연습하던 아이가
축구 코치님 앞에서 얼어붙으면,
긴장 많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전에
답답한 마음이 먼저 올라오더라고요.

| 목차 |
| 축구교실에서 유독 작아지는 아이 혼나지 않았는데 혼났다고 느끼는 이유 눈치를 본다고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이의 긴장을 덜어주는 부모의 말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신호 |
축구교실에서 유독 작아지는 아이
주땡이는 평소 아빠나 친구와 축구를 할 때면 정말 신나게 뛰어다녀요.
공을 놓쳐도 다시 쫓아가고, 자기가 골을 넣었다며 세리머니까지 하는 평범하고 귀여운 다섯 살이에요.
그런데 축구교실에서는 모습이 달라져요.
코치님이 자세를 봐주려고 가까이 오기만 해도 표정이 굳고, 말투의 작은 변화까지 살피는 게 눈에 보여요.
코치님은 그저 발을 놓는 위치나 몸의 방향을 알려주셨을 뿐인데, 아이는 마치 크게 혼난 것처럼 눈치를 보더라고요.
솔직히 옆에서 보고 있으면 답답해요.
‘아니, 아빠랑 할 때처럼 그냥 즐겁게 하면 되잖아.’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걸 아니까 더 속이 뒤집어졌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수업을 마친 아이에게 “왜 그렇게 눈치를 봐?”라고 묻자니, 긴장한 것까지 잘못이라고 느낄까 봐 그렇게 묻지도 못하겠고요.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에게도 생각보다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혼나지 않았는데 혼났다고 느끼는 이유
익숙한 사람과 코치님은 다르게 느껴져요.
아빠나 친구와 함께할 때는 실수해도 관계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아이가 이미 알고 있어요. 공을 헛차도 웃고 다시 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아직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 어른, 특히 축구 코치님 앞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질 수 있어요.
특히 규칙을 잘 지키고 어른의 표정과 목소리에 민감한 아이는 자세를 고쳐주는 말도 ‘내가 잘못했다’거나 ‘선생님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축구교실에서는 코치님의 설명을 듣고, 순서를 지키고, 자기 차례에는 배운 동작까지 해내야 하니 한꺼번에 신경 쓸 것도 많고요.
그래서 집에서는 활발한 아이가 수업 시간에만 굳는다고 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일부러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에요. 상황마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뿐이죠.
눈치를 본다고 해서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눈치를 보는 모습을 자주 마주하다 보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 자신감 키우기를 고민하게 돼요.
혹시 내가 평소에 아이를 너무 많이 지적했나, 양육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자책할 수도 있고요. (제가 그래요..)
물론 부모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실수를 자주 꾸짖는 환경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모든 원인을 부모에게서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상황을 충분히 관찰한 뒤 움직이는 아이도 있고, 어른의 반응을 섬세하게 읽거나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아이도 있으니까요.
눈치 많이 보는 아이의 조심스러움은 보완해야 할 약점이라기보다 타고난 민감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어요.
지금은 그 섬세함이 긴장으로 나타나지만, 자라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고 신중하게 행동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겠죠.
긴장 많이 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봤어요
수업이 끝난 뒤 “오늘 왜 그렇게 굳어 있었어?”라고 묻는 대신, 아이가 느낀 감정부터 짚어주려고 했어요.
“코치님이 가까이 오니까 잘해야 할 것 같아서 긴장됐어?”
“자세를 고쳐주실 때 혼나는 것처럼 느껴졌구나.”
“긴장해도 괜찮아. 엄마는 네가 잘하는 것보다 즐겁게 해보는 게 더 좋아.”
아이의 말을 들어준 다음에는 선생님의 지도가 혼내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도 짧게 설명해 줬어요.
“선생님은 네가 못해서 화난 게 아니라, 공을 더 편하게 차는 방법을 알려주신 거야.”
“연습할 때는 틀려도 괜찮아. 안 틀리면 연습할 필요도 없잖아.”
이렇게 한 번 설명했다고 바로 달라지지는 않겠죠.
아이 자신감 키우기는 멋진 칭찬 한마디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실수해도 괜찮았던 경험을 여러 번 쌓아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집에서는 선생님 놀이를 해봐요
집에서 아빠와 축구할 때 가볍게 선생님 놀이를 해보는 것도 괜찮아요.
아빠가 “발을 여기로 놓아볼까?” 하고 알려주고, 아이가 일부러 틀리거나 엉뚱하게 공을 차도 웃으며 다시 해보는 거예요.
자세를 교정받아도 놀이가 끝나지 않고, 실수해도 아빠의 표정이 달라지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힘도 조금씩 생길 수 있어요.
수업 전 목표도 ‘오늘 잘해야 해’보다는 ‘코치님이 알려주신 걸 한 번만 해보자’ 정도면 충분하고요.
수업을 지켜보는 엄마의 표정도 중요하더라고요. 아이가 코치님 눈치에 엄마 눈치까지 살피는 것 같다면 잠시 시선을 돌리거나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자세나 태도를 평가하기보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긴장됐을 텐데 끝까지 참여했네. 오늘도 수고했어.”
긴장 많이 하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긴장하지 말라는 말보다, 긴장해도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다는 믿음일 테니까요.
선생님께 부탁드려도 괜찮아요
아이의 기질만 탓하기 전에 지도 방식이 아이와 잘 맞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선생님께 살짝 부탁을 드리는 것도 방법이에요.
“아이가 자세를 교정받을 때 혼났다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잘한 점을 하나 말씀해 주시고, 고칠 부분을 짧게 알려주시면 훨씬 편하게 받아들일 것 같아요.”
특별대우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잘 맞는 배움의 방식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부모와 선생님이 같은 방향으로 도와주면 아이 자신감 키우기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어요.
이건 축구교실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다른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좀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는 경우는?
낯선 수업이나 특정 선생님 앞에서만 긴장하고,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편안해진다면 아이의 기질과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일 가능성이 커요.
다만 축구뿐 아니라 유치원이나 또래 관계에서도 늘 위축되고, 좋아하던 활동까지 피하려 한다면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해요.
배나 머리가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고, 잠이나 식사에 변화가 생기거나 불안 때문에 일상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소아청소년과나 아동상담기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아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 느끼는 긴장의 크기를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축구와 함께 마음 키우기 연습도 하는 중
예전에는 아이가 공을 차는 모습만 봤다면, 이제는 그 과정에서 마음을 키워가는 모습도 보려고 해요.
선생님이 다가와도 도망치지 않고 서 있었던 것, 긴장하면서도 자기 차례에 공을 차본 것, 끝까지 수업에 참여한 것 모두 아이에게는 분명한 성장이니까요.
부모 마음이 늘 평온할 수만은 없어요. 저도 여전히 평소처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고, 지켜보다 보면 속이 터질 때가 있어요.
그래도 눈치 많이 보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당장 대범해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긴장해도 괜찮다는 경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장 많이 하는 아이의 속도는 부모가 기대한 것보다 느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안전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선생님 앞에서도 아빠와 공을 찰 때처럼 편안하게 웃는 날이 오겠죠.
그날까지는 아이가 얼마나 잘하는지보다 자기 속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봐 주려고 합니다.